문화일보로 바로가기click


미술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장면의 사진인가 보다 했다가, 뒷걸음질하며 들여다본다.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그림, 그리고 텍스트 속의 텍스트라는 점. 사진 같은 묘사력이야 식상한 이야기일 뿐. 후자야말로 오래도록 갈고 닦아온 미학적 근간이다.

조원강의 그림 속에는 언제나 또 다른 작품이 들어 있다. 미술관 벽에 걸린 그림들도 그렇지만 관객이면서 조각인 텍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조지 시걸을 연상케 하는 석고 조각들이 그럴듯한 관객의 포즈로 자리 잡고 있는 데서 재치가 느껴진다. 조합의 귀재라는 것이 허명은 아닌 듯.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무언가로 ‘보인다는 것’이기도 하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순환과 교환은 소통의 토대이며, 주고받는 사회적 평등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간혹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처럼 작가 역시도 등장 인물들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140_2020091501033012000001b.jpg